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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J곽B]■■■의 행방

"겨우 자네가 날 불러내다니 당치도 않-..."

경비팀에 도착한 제강은 말을 더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아니, 정정한다. 상식 외의 방법까지 끌어와도 한 번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상황이라고.

"안녕, 제강 연구원. 아니, 이렇게 불러야할까."

그러니까... 막연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오염된 누군가를 경비팀에 넣어본 이들이라면 상상해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테니까. '그'가 돌아오는 것을, 어찌 제강이라고 상상해보지 않았겠는가. 그는 사람이었다. 윤리적인 부분에서 남들과 다른 기준을 가졌을지 몰라도, 감성적으로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사람.

"제강아."

하지만 이런 모습이 될 것이라곤 생각해본 적 없었다.

"이쪽이 계속... 당신을 찾더라구..."

J3와 B조 조장이 분리될 것이라곤.

애당초 둘은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존재가 뒤바뀌었다 해도 좋을 정도로 바뀌었지만 인과관계를 따져본다면 둘은 한 존재였다. 그런데 이렇게 무 자르듯 나뉘어 버린다니? 그런게 가능한가? 하지만 그런 의문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제강은 이성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였다.

아니, 저 존재가 제강의 이성을 흐트러트린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지도 몰랐다.

"표정이 왜그래. 꼭 못볼 거라도 본 사람처럼."

"그야, 자네는 못볼 거가 맞으니까..."

"이제 편하게 대하기로 한거야? 하긴,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했으니까."

턱을 만지작거리는 그는 무언갈 생각하듯 속눈썹을 늘어트렸다 다시 들었다.

"그래도 제강아, 사람한테 못볼 거라는 게 뭐니."

사람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눈동자. 늙은 짐승의 눈동자와는 다른 종류의 예기가 깃든 그 눈동자가 늑대가면 너머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분명 자신을 향한 따스함이 담겨 있어서. 제강은 제 볼을 타고 물방울이 흐르고 나서야 자신이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

"많이 그리웠구나. 괜찮아."

자신을 안는 B조 조장의 손길에, 제강은 몸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별..."

자신들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솔직하게 말하자면 J3는 그들의 감동적인 재회든, 뒷사정이든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무기력했다지만, 의식적이라고 해야할까, 무의식적이라 해야할까, 자신에게서 분리되어 나온 늑대가면을 쓴 저 자는 이상하게 더 관심이 가지 않았다. 간단한 감상을 말하자면 '꼴값떤다'일까.

매일 저를 못잡아먹어 안달이던 이가 사실은 제 과거를 잊지 못해서 매달리느니 어쩌느니 하는 신파는 딱 질색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너무 뻔하고, 진부한 동화였다. 이대로 잃었던 왕자님을 찾아 즐겁게 오래도록 살게 될 것만 같은...

J3는 소란이 가실 때까지 두 눈을 감았다. 이 상황이 길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자고 일어났더니 두 존재로 나뉘어 있었고, 당신, 쪽은 어둠진입 이후의 기억은 없고 자네는 이전의 상태와 다를 바 없다는 건가?"

"그래. 사태에 대한 훌륭한 요약이었어."

"해결방법을 찾으러 나를 부른 걸테고."

J3는 의자에 눕늣이 기댄 채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어쨌든 제게 문제가 생겼으니 무언가의 처분이 내려지지 않겠는가. 다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든, 돌아온 유능한 직원을 다시 활용하는 것이든.

제강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멍한 J3의 모습을 보았다. B조 조장이 돌아온 지금 저 자... 저것은 그저 부산물일 뿐인 걸까. 정답을 알 수 없는 감정을 일으키는 상대의 앞에서, 평소대로 속을 긁어내리는 말이나 실컷 뱉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기도 어려웠다. 자신을 관찰하는 또다른 한쌍의 눈동자가 신경쓰였으니까.

제강은 오랜 시간에 걸쳐 B조 조장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정의내릴 수 있었다. 단순히 사료를 자신에게 가져다주기 때문이 아닌, 인간임에도 이상하게 흥미로운 존재가 아닌, 인간적으로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상대임을. 하지만 하나가 명확해진다면 명확하지 않은 하나가 생기는 법. 그의 감정 속 골칫덩어리는 J3에게로 넘어가 있었다.

이름조차 잃어버린 비루하고 낡은 존재. 찬란하게 빛나던 때가 옆에 있으니 더욱 그의 빛바램이 실감났다. 그것이 알 수 없는 먹먹함을 만들어내, 제강은 다시 B조 조장에게로 집중을 돌렸다.

"이게 어떤 현상인지는 우선 관찰이 필요할 것 같군. 단순히 시간이 흐르면 돌아가게 될지도 모를 문제니까."

하지만 제강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그저 B조 조장에게 미래를 알려주고 싶지 않은 자신의 욕심일 뿐임을.

소원권.

소원을 빈 개인에게 무조건 소원을 이루어주는 물약. 소원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중을 기울여야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제강은, 자신이 그것의 사용법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지금 이 순간 이전까진.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으로 ■■■가 돌아오길.' 그 소원은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그의 부산물을 남긴채.

제강의 머릿속엔 온갖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리고 다다른 결론은, J3는 ■■■가 아니다. 적어도 소원권의 판단은 그렇다. 그 뿐이었다. 하지만, 당장 이 사실이 밝혀졌다 한들 어찌 쉬이 받아들이겠는가. 근 몇십년간 J3는 제강에게 ■■■이었는데. 제강은 받아들여야만 했다. 자신의 마음 속에 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우선 자네들은 격리실로 이동해주게. 그곳에서의 관찰이 필요할듯 하니."

"경비팀 업무는..."

"위에는 내가 말해두도록 하지."

J3는 B조 조장과 둘만 남은 격리실에서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과거의 자신에 대한 기억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어렴풋한 감각과 정보는 언제나 남아있었다. 만약 제 눈앞의 B조 조장이 정말 제게서 '분리리되어 나온 것이라면 제게는 어렴풋한 그 감각마저도 존재하지 않아야 옳았으므로.

하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제 눈 앞에 나타난 B조 조장은 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였다 적어도... 분리된 존재가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J3는 울렁이는 마음을 꾹 눌렀다. 인간이라 판정되지 않는다면 저것의 처지도 자신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만에 하나 인간이라 판정된다면. ..J3는 가지지 못한 자유를 B조 조장은 가질 수 있을 터였다. 다시 한번 빛나며 잃은 자신의 조원들을 찾을지도 몰랐고.

정예팀 B조.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들이 이렇게 애틋할 수 있을까. 그들이 살아있지 않기 때문에 기억에 강렬한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오염되면서까지도 잊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일까. J3는 또다른 자신과 제강의 재회를 떠올리며 가만히 유실된 기억의 자리를 느껴보았다.

***
제강은 순조롭게 여러 검사들을 끝내가면서도 자신의 마음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J3에 대한 마음을. 생각해본다면, 소원권에 빈 소원은 J3가 ■■■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니까... J3가 ■■■가 아니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기억 속 ■■■가 돌아왔을 뿐. 검사 결과가 가리키는 돌아온 B조 조장은 인간이었지만 그는 먹지 않아도, 잠들지 않아도 같은 모습을 유지 했다. 가면도 벗지 않은 채. 제강은... 가면을 쓰지 않은 ■■■의 얼굴을 떠올리려 했으나,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선명한 것은 상대를 꿰뚫는 눈빛 뿐.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 아, 제강은 자신이 인간임을 이렇게 깨닫는 순간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인간은 매순간 과거를 망각하며 나아가는 존재

그리고, 그가 격리실에 다시 방문한 날. 그는 B조 조장을 잡아먹는 J3를 말리지 않았다.

자신의 미련, 망령일 뿐인 존재를 살려두는 것은 살아있는 ■■■에 대한 예우가 아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