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통제하는 방법은 단순한 것부터 시작된다. 우선은 동물을 길들이듯 접근해서, 드문 경우긴 해도 인간과 같은 대접을 요구하기도 했다. 차근차근 단계를 올려가며 접근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염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괴담에 '오염'된 것이므로. 불완전한 존재는 우선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중점적인 것은 우선 소통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즉, 오염의 통제.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오직 짐승을 다루는 방식 뿐이었다.
흔히들 떠올리는 서커스의 맹수조련사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거대한 채찍을 들고 호랑이에게 불의 고리를 넘게한다든가. 그런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여기서 집중해야할 것은 곡예부분이 아닌, 채찍이다. 거대한 포식자가 불의 고리를 뛰어넘게 만드는 것은 채찍이 가져다 줄 고통에 대한 공포다.
공포. 일차원적이며 가장 효과적인 통제수단. 하지만 자신이 지금 마주한 상대에겐 그것이 잘 통하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비루하고 늙은 짐승일지라도, 저것은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해왔다. 공포였기에 해학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공포를 희석시키기 위해 우스꽝스러워져야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설화 중 유독 호랑이가 골탕먹거나 벌을 받는 내용이 많은 것처럼. 이 늑대가 무슨 일을 어떻게 당하는 역할이든, 이 녀석의 본질은 '악역'이자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다른 방법이라면 쾌락. 좋아하는 것을 주어 특정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공포와 쾌락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그것이 보상과 벌이라는 방법이 완성되는 것이다. 사용자의 뜻을 따르거나 거스르면 어떠한 값의 결과가 따라오는지 깨닫게 되면, 그 짐승은 완전히 길들여졌다고 할 수 있었다. 채찍과 당근이라고도 유구하게 표현되어 오지 않던가. 아무리 계약을 통해 회사에 종속시켰다지만 오염을 아무렇게나 회사에 풀어둘 수는 없는 법이다. 자신들의 말에 따르며 '근무'할 수 있는 상태는 최소만족조건이었다.
즉, 곽제강은 우선 오염을 덜어낸 후에도 저것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보통은 노스텔지어 시리즈를 사용하기도 하나, 오염되기 전 해당 개체의 우월함을 생각하면 제대로 사고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렸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몰랐다. 일순간이라 하더라도. 또, 노스텔지어 시리즈가 제대로 들지 않을 정도로 깊은 오염이기도 했고.
인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괴담과 동화됐다고 봐도 좋을 상태. 하지만 완전히 인간의 모습을 상실하지 않았다고 판정된 직원.
곽제강은 우선 저것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했다. 기억의, 존재의 표백. 이지가 돌아오더라도 목적이 남지 않은 존재로 만든다. 회사만을 위한 존재로. 기억의 잔재정도야 남겠지만, 그것이 자신의 영역이라 인지하는 것은 회사가 되도록. 우수한 본질을 해칠 순 없더라도 그것을 꽃피우지 못하도록
그러니까... 망설여선 안됐다. 저런 강력한 오염을 통제불능 상태로 풀어둘 수도 없었으며 할 수 있는 실험을 마친 개체를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었다. 알아낼 것도 더 남아있지 않은 쓸모없는 모르모트 하나를 위해 자원을 낭비한다고? 당치도 않은 일이다.
곽제강은 떨리는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격리실의 문이 아닌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짐승의 샛노란 눈들을 비추는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대체 어째서, 당신은 그 꼴이 되고서도... 아니, 단순히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카메라로 자신의 어떤 상태를 볼 수 있음을 깨달은 짐승일 뿐이다. 지성은 짐승 또한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코 자신을 보는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젠장!"
곽제강이 책상을 내리쳤다. 스스로 낸 큰 소리에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 그 인간이 뭐라고? 어둠도 아니지 않은가. 어둠을 연구할 사료를 자주 구해다주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다른 부차적인 것들은 전부 좀 더 원활하게 어둠을 연구하기 위한...... 자신은 그저 이용한 것 뿐인데. 어째서.
'제강아 그거 알아? 심연을 들여다 보면 심연 또한 자신을 들여다 본대.'
쓸데없이 간질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곽제강은 굳이 짚어주지 않아도 자신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둠을, 괴담을 연구하는 자라면 이 사실을 잊어선 안되니까. 하지만... 이 사실이 다른 모든 곳에서 또한 통용됨을 어째서 깨닫지 못했을까.
'그러니까 조심해야 돼.'
"내가 졌어. 내가 졌다고!"
자신을 바라보는 샛노란 눈이 가득한 화면들 앞에서 곽제강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